대리운전하면서 경험한 수동변속기 차량 이야기 (포터·K3·벨로스터·코란도C·포르테쿱·스타렉스)
대리운전을 오래 하진 않았지만, 지금도 가끔 수동변속기 차량이 배정될 때가 있습니다. 요즘은 대부분 오토미션 차량이지만, 간혹 수동미션 차량이 배정되면 긴장감과 함께 오래된 추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마지막 개인 차량 수동 운행은 약 17년 전, 기아 프라이드 베타 수동 모델이었습니다. 지금도 흔치 않은 모델이라 유독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리운전 중 실제로 운행했던 수동 차량들에 대한 경험과 에피소드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수동미션 차량을 다뤄본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내용도 많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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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 포터 / 기아 봉고3 – 경사로에서의 긴장감
대리운전을 하다 보면 의외로 1톤 트럭도 배정되는 편입니다. 대표적으로 현대 포터와 기아 봉고3가 있는데, 수동 차량이 아직도 꽤 남아 있는 편입니다. 1톤 트럭을 수동으로 운전해본 건 운전면허 1종보통 시험 때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오래 기다리던 콜이 포터였고, ‘수동이지만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수락했습니다. 문제는 차량이 주차된 곳이 급경사였다는 점입니다. 손님에게 “정말 오랜만이라 시동이 꺼질 수도 있다”고 솔직히 말했는데, 손님은 “괜찮으니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해 조금 안심됐습니다.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을 건 뒤 1단에 놓고 출발하려는 순간, 예상대로 첫 시도에서 시동이 꺼졌습니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다시 시도했고, 두 번째 만에 언덕을 무사히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는 평지 위주라서 어렵지 않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1톤 트럭도 오토 비율이 9 : 1 정도로 올라가 대부분 자동변속기입니다. 포터 전기트럭 역시 모두 오토미션이었고, 요즘 수동 트럭은 후진기어 조작 방식도 다르고, 6단까지 있는 경우도 많아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2. 기아 K5 수동 – 오랜만의 승용 수동
두 번째 경험은 기아 K5 수동변속기였습니다. 콜을 수락하자마자 손님이 먼저 “수동인데 운행 가능하냐”고 물어봤습니다. 가능하다고 말하고 출발지로 갔습니다.
승용 수동은 정말 오랜만이라 긴장됐지만, 도로 상황이 평탄해 다행이었습니다. 출발할 때 약간 떨림은 있었지만 시동은 꺼지지 않았고, 조금 주행하니 금방 감을 되찾았습니다. 손님과 수동미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편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했습니다.
3. 현대 제네시스 쿠페 수동 – 민감한 클러치
세 번째는 현대 제네시스 쿠페 수동미션입니다. 오토는 여러 번 해봤지만 수동은 처음이었습니다. 손님이 “클러치가 민감해 시동이 잘 꺼진다”고 알려줬는데, 아니나 다를까 출발하자마자 시동이 한번 꺼졌습니다.
하지만 한 번 적응하고 나서는 운행이 수월했고, 경쾌한 주행 느낌도 좋았습니다. 언덕 신호대기 상황이 있었다면 난이도가 상당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 쌍용 코란도 C 수동 – 손님이 칭찬해 준 운전
네 번째는 쌍용 코란도 C 수동입니다. 콜 직후 손님이 먼저 전화해 “SUV 수동인데 운행 가능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출발지로 이동했습니다.
손님이 “많은 기사님들이 시동을 자주 꺼트린다”고 해서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비교적 수월했습니다. 운행 후 손님이 “지금까지 운전한 기사님 중 가장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는데, 물론 예의상 한 말일 수도 있지만 꽤 인상 깊었습니다.
손님은 자신의 코란도 C를 정말 아끼고 있었고, 수동 차량의 희소성 때문에 폐차 전까지 계속 보유할 계획이라 말했습니다. 저도 그런 애착 있는 수동차 한 대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기아 포르테 쿱 – 재미있지만 좁은 주차장에서의 난이도
다섯 번째는 기아 포르테 쿱 수동입니다. 출시된 지 오래된 모델이지만 도로에서 가끔 보이는 차량입니다. 도착해서야 수동이라는 걸 알았지만, 새로운 경험이라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손님은 음악을 좋아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줬고, 이동 내내 즐겁게 운행했습니다. 차량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분이라 이야기 소재도 많았고, 차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분이었습니다.
운행 자체는 무난했지만, 도착지 주차장이 매우 좁아 꽤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 “다시 하고 싶지는 않은 차량”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6. 현대 그랜드 스타렉스 수동 – 1단 기어가 잘 안 들어가던 차량
여섯 번째는 현대 그랜드 스타렉스 수동입니다. 역시 도착해서야 수동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손님도 “괜찮겠냐”고 물었습니다.
문제는 1단 기어가 잘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손님 말로는 차량 구매 당시 오토와 수동 가격 차이가 100만 원 정도였는데, 비슷하겠지 하고 수동을 샀다가 후회했다고 합니다.
수리비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서 고치지 않고 그냥 폐차할 때까지 타기로 하셨다 하고, 처음 해보는 사람은 모두 1단 기어 때문에 고생했다고 했습니다.
신호대기 시 보통 중립에 두는데, 이 차량은 기어 넣기가 어려워 미리 클러치를 밟고 기어를 넣어 둬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릎에 힘이 많이 들어가 꽤 힘들었던 경험입니다.
마무리 – 점점 사라지는 수동변속기, 하지만 남는 재미
요즘은 오토미션이 사실상 표준이 되면서 수동변속기 차량은 점점 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대리운전에서도 수동차량 배정이 크게 줄었고, 차량 구매 시 수동 선택지조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수동미션 특유의 직접 조작하는 재미,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변속하며 운전의 리듬을 만드는 느낌은 오토 차량에서는 느끼기 어렵습니다.
비록 수동 차량을 운행할 기회가 점점 줄고 있지만, 가끔 이렇게 배정될 때마다 예전 기억도 떠올리고, 작은 긴장감과 함께 색다른 운전 재미를 느끼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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